여행의 새로운 트렌드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네 일상을 지배한 지 꼬박 3년을 채웠습니다. 이제 4년째인데요.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은 물론이고 여행도 크게 바꾸고 있습니다. 거리두기, 입국자 PCR 검사 같은 방역지침이 사라진 올해는 그래도 긍정적인 변화가 많았습니다. 해외여행이 되살아나고 지역 축제가 돌아왔습니다. 여행과 업무를 병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스타일이 확산했고, 국내에서도 장기간 여행과 살아보기 여행이 늘고 있습니다.
해외여행 본격화, 저가 패키지도 등장
관광업계에서는 올해를 포스트 코로나 원년으로 생각합니다. 단체 모임과 출국을 막았던 장벽이 비로소 걷혔기 때문입니다.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고, 10월에는 입국자에 대한 PCR 검사 의무도 폐지됐습니다. PCR 검사 의무가 사라지자 출국자가 폭증하기 시작했습니다. 10월 한국인 출국자는 약 77만 명으로 지난해 10월보다 5배 이상 늘었습니다. 11월에는 약 104만 명이 해외로 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11월까지 누적 출국자 수는 518만 명이었습니다.
입국자 PCR 검사 의무가 사라지기 전에는 유럽이나 태국, 베트남, 미국령 괌·사이판처럼 자가 격리 의무가 없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해외 여행지를 많이 찾았습니다. 최근에는 일본 여행이 봇물 터졌습니다. 베트남 다낭 39만원, 튀르키예 99만원. 이런 식의 저가 패키지 상품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3년 가까이 빙하기를 경험한 여행사들이 품질이 아니라 가격으로 과열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 재현되고 있습니다.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 3중고도 해외여행 회복의 걸림돌입니다.
걷기여행, 국립공원 이용객 증가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자 사람들은 자연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걷기여행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났고, 국립공원 탐방객 숫자도 증가했습니다. 2021년 문체부가 실시한 걷기여행 실태조사에서 걷기여행이 코로나 사태 이후 선호하는 야외 관광지 1위(48%)로 꼽힌 건 이와 같은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걷기여행의 대명사 제주올레도 완주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올해는 11월까지 완주자가 4590명 나왔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완주자보다 많습니다.
국립공원 탐방객도 꾸준히 늘었습니다. 올해 11월까지 전국 22개 국립공원 탐방객은 3669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했다. 확연히 달라진 트렌드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했던 2020, 2021년에는 대도시에서 가까운 국립공원이 인기였다면 올해는 월출산, 지리산, 한라산, 한려해상 같은 남부지방 국립공원 이용객이 부쩍 늘었습니다.
돌아온 지역 축제, 변수도 많아
올해는 지역마다 ‘3년 만에 돌아온 축제’라는 말을 썼습니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수그러든 봄부터 축제 부활 기미가 보였습니다. 창원 군항제, 여의도 벚꽃축제 등 유명 봄꽃 축제는 3년 연속 취소했으나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벚꽃 길을 완전히 틀어막은 지난 2년과 달리 산책 나온 인파까지 막지는 않았습니다.
여름에 들어선 주요 축제가 일제히 개막했습니다. 보령머드축제는 아예 축제 기간을 열흘에서 한 달로 늘려 왁자하게 축제를 치렀습니다. 약 135만 명이 방문했다. 장흥물축제, 화천토마토축제도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축제 참가자는 마스크를 쓰긴 했어도 모르는 사람과 어울려 물놀이를 하고, 토마토풀장에서 뒹굴며 모처럼 자유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코로나가 아닌 복병 때문에 축제를 접은 지역도 있었습니다. 평창 효석문화제는 폭우 탓에 메밀 농사를 망쳤고, 보은대추축제는 이상 고온으로 대추 수확량이 지난해의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관광업계에선 기후 위기도 새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코로나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와중에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지자체뿐 아니라 테마파크, 호텔, 리조트도 핼러윈 관련 행사와 축제를 전면 중단했습니다. 그 여파가 겨울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화천 산천어축제, 평창 송어축제 등 3년 만에 재개하는 겨울 축제도 있으나 인파 밀집으로 인한 사고를 우려해 축제를 포기한 지역도 많습니다. 겨울 코로나 재확산 우려까지 겹쳤습니다. 올겨울 포항시는 호미곶 해돋이 축제, 당진시는 왜목마을 해돋이 축제를 열지 않기로 했습니다.
장기 체류, 여행 방식의 변화
코로나 시대에는 명소 방문 위주의 숨가쁜 일정보다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물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여행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코로나는 여행 방식도 바꿨습니다. 장기 체류, 비대면 여행, 독채 숙소 선호 같은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장기 체류 여행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년을 거치며 뚜렷이 확산했습니다.
오늘은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여행의 풍속을 알아봤습니다. 내년에는 더 활발하게 여행을 할 수 있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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